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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도 망했다? 41

제41화 첫날밤 눈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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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 웹툰,웹소설
강사명 입센
수강일수 180일

번호

강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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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1화  


 첫날밤 눈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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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괴한, 아!

 그것은 낯익은 몸짓, 낯익은 자세,.

 

 그가 비스듬히 옆으로 몸을 틀고 있었다.

 장검에 겨우 몸을 기댄 흠운은

 그러나 그러나

 경우의 이름을 부를 수가 없었다.


 도장에서 수없이 맞섰던 너무도 익숙한 상대······

 겨우 잠긴 목을 들어 한 말.


 "선례를······선례를 부탁한다!”

 

 누가 내는지 알 수 없는 신음소리를

 바람처럼 칼이 가르고 말았다.

 그것으로 끝이엇다.


 "선례 공주는 제가 거두기로 하였습니다.”


 전밀법사는 면벽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낭당대감 경우는 울고 있었다.


 "사람이 아닌 것이 무엇이냐?”

 "사람이 아닌 것은 네 발 달린 짐승과 꼭같이 두 발로 걸어다니며 말을 하는 재주를 가지지 못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제 목숨을 버리는 시기와 장소를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자라야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


 전말법사는 흠운에게 물었던

 꼭 그 반대로 경우에게 물었다.


 "사람의 목숨이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이냐?”

 "젊고 병들지 않아서 더 살 힘이 있을 때, 죽어가는 것, 그것이 값있는 목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삶은 그것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양산의 전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죽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습니다. 흠운은 언제나 제 목숨을 버리는 시기와 장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그렇게 제 목숨을 스스로 선택할 이름도 장소도 시기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 또한 스스로 죽을 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적진에 나가면 저 또한 반드시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바람소리 하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전밀법사의 그 긴 눈썹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만 경우의 가쁜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다른 때와는 다르게 전밀법사는 경우의 하직인사를 받았다.

 전에 없던 배웅까지 해주었다.


 경우는 그런 전밀법사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흐르는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흠운은 어리석은 사람이었어.”


 돌아서서 다시 하직 합장을 하는 경우의 면전에

 전밀법사가 던진 말이었다.


 아니 그것은 말이 아니라 칼이었다.

 방패 없는 경우의 가슴을 향해 던진

 전밀법사의 설도(舌刀)였다.


 "흠운을 생각하고 있소?”

 "······”


 그러나 선례는 말이 없었다.

 첫날밤.

 

 "그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소."

 "......!"

 "나만 살아남았소."


 그러나 공허했다.

 울지도 못하고 하늘만 쳐다보던 선례.


 "나를 그렇게 원했으니 혼인해야지?"

 "응?"

 "흠운도 그걸 바라겠지?"

 "응?"


 그날 밤. 강물은 얼어붙었고

 웃녘 큰 절의 종소리도 멎었다.


 달빛 안개 속에 마른 하늘을 찢는

 금수의 비명이 온마을을 휘젓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어쩌다가였지만 흠운이 없을 때면,


 경우는 있는 힘을 다해 냇가의 조약돌로 집을 지었고,

 수많은 들풀로 살림을 장만했지만,


 선례는 한번도 그를 신랑으로 대해준 적이 없었다.

 덤이었다.


 그는 언제나

 아저씨였고,

 할아범이었고,

 그리고 그냥 동무 경우였다.


 그가 큰 마음을 내어 억지로

 그의 각시가 되어 달라고 간청을 하면

 선례는 울면서 집으로 뛰쳐 들어가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은, 신기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금방이라도 흠운이 나타날 것만 같았다.

 경우는 지난날의 소꿉장난을 생각하며

 선례의 볼을 어루만졌다.


 선례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놀라웠다.


 그는 선례의 손목을 휘어잡았다.

 역시 울지 않았다.


 집으로 도망질도 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어디선가 흠운이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은 조바심에

 경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히 그와 선례, 단 둘 뿐이다.


 "그만 주무셔야지요.”

 "아...그래야지."


 선례가 처음으로 존댓말을 썼다.

 그렇다면 끝났다.

 무너진 돌담 밑으로 드나드는 매양의 바람은

 이 외딴집 문고리를 울리고 있었다.


 "내가 전장에 가면······”


 문밖으로 희미한 불빛이 깜빡거렸다.


 "칼을 들 것이고······그러면······”


 숨가뿐 목소리는 들창을 때리는

 바람소리에 끊어지고 있었다.


 "밤이 깊었습니다.”


 마당가엔 죽은 듯 서 있던 감나무가 움직이고 있었다.

 달빛 그림자에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도 흠운을 생각하고 있소?”

 "...!"


 절대로 묻지 않아야 할 말.

 그는 다시 그렇게 물으면서

 선례의 까만 눈동자를 보고 있었다.


 "나도 흠운을 생각하고 있었소.”

 "...!"


 경우는 혼자서 주고받았다.

 그는 다급하게 선례의 앞가슴, 옷고름을 풀었다.

 선례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는 것을 그는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제발, 울지 마!”

 "······”


 선례가 눈을 감고 있었다.


 "불을 꺼야지요.”

 "내 얼굴을 보기 싫어서?”

 "내일은 일찍 일어나셔야 합니다.”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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