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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도 망했다? 37

제37화 함정


시중가격 200원
판매가격 200원
판매자 웹툰,웹소설
강사명 입센
수강일수 180일

번호

강의명

강의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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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7화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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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흑같은 밤.

 신라 진영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강을 지키는 동안에

 그러니까 피곤에 지친 신라병들이

 잠시 경계를 늦춘 틈을 타서 강을 건넜다.


 그 선봉이 낭운화였다.

 낭운화는 혼자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강 언덕에 닿자마자 아군 언덕으로 화살을 쏘았다.

 

 쉿쉿.

 슛슛.


 날아간 화살들이 아군 진지에 떨어지자 

 그것을 신호로 14명의 결사대가

 조심스러게 강을 건넜다. 

 바로 그 때였다.

 

 "적이다!"

 "잡아라!"


 갑자기 한꺼번에 수도 헤아릴 수 없는 신라군들이

 12명의 결사대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작전은 맞아 떨어졌다.

 낭운화는 문득 맞은편 강변을 바라보았다.


 이제 신라군이 15명 결사대원을 상대하는 사이

 그 빈틈을 이용해서 백제군들이 도강을 해 올 차례였다.


 그러나 맞은편 아군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상했다.


 제신 대장군이 약속한 아군들은 강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신라군에 에워싸인 동료들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으으!"

 "아악!"

 

 한 명이 결사대원 등에 몇 개의 화살이 박혔다.

 처참한 형상.

 복면을 하였지만 분명 늙은 음성.

 낭운화는 쓰러지는 대원의 복면을 벗겨보았다. 


 "우리 군은 오지 않아."

 "아!"


 머리가 하얀 늙은이였다.

 낭운화는 고개를 흔들었다.


 "빨리 도망가라!"

 "예?"

 "우리는 아군에게 속았다!"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낭운화는 재빨리 쓰러진 대원들의 복면을 벗겼다.

 거의 모두가 늙은이, 소년도 있었다.


 "기수장, 제신에게 속았다. 빨리 도망 가!"

 

 그 소리를 끝으로 노인은 목숨을 놓았다.

 그러나 놀라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낭운화는 결사적으로 쓰러진 동료들의 시체를 넘어

 신라군의 곡물 창고가 있는 강 북쪽으로 내달렸다.


 이미 자신과 함께 온 결사대원

 그 누구도 눈에 띄지 않았다.


 "잡아라!"

 "잡아!"


 예상과는 정반대로 신라의 곡물창고엔

 신라병사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낭운화는 세심하게 주위를 살펴가며

 강 뒤쪽 은밀하게 숨겨진 언덕받이 아래 창고 쪽으로 접근해갔다.


 병사들의 식량을 보관하는 곡물창고라면

 분명히 파수가 있어야 할텐데?

 

 함정?

 한 명의 병사도 보이지 않는 것이 내심 의심쩍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도강해 오는 백제군들을 경계하기 위해

 모두 자리를 비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중에서도 그는 곡물창고의 정면을

 훤히 볼 수 있는 지점까지 다가갔다.


 이윽고 그는 준비해 온 화살에 불을 당겼다. 

 휘잉, 하늘로 불꽃이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창고에 불이 붙었다.


 낭운화가 재빨리 또 하나의 화살에 불을 당길 때였다.

 갑자기 천지가 진동할 정도로 함성이 들리며

 비오듯 그를 향해 화살이 쏟아졌다.


 "죽여!"

 "와아아!"


 낭운화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다가

 언덕받이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어느새 그의 주위는

 대낮과 같이 환하게 밝았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창고를 지키는 병사가 한 명도 없었던 것도,

 아니 자신들이 처음 신라군의 진지로 들어왔을 때부터.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아군들이 도강을 감행했어야 한다.


 사방팔방으로 엇갈리는 생각을 하며

 낭운화는 최대한 몸을 낮춰 언덕을 향해 기어올랐다.


 그는 우선 나무가 많은 곳을 피하고

 듬성듬성 바위가 널린 등성이를 택해 기어갔다.


 숨을 곳이 많은 숲 근처는

 신라병들의 수색대상이 되기 쉽다는 생각에서였다.

 낮은 바위 틈새에 몸을 숨겼다가 다시 기어오르고,

 다시 몸을 숨겼다가 오르기를 몇 차례,


 아래쪽으로 환하게 불을 밝힌

 신라군의 진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자신을 찾는다고 여겨지는

 신라병들의 수색이 계속되고 있었다.


 낭운화는 눈을 돌려 강 남쪽을 바라보았다.

 그 때까지도 아군은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그렇다면 아군의 도강은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처음 강을 건너 신라군 진지에 침투했을 때부터 이상했다.

 그 캄캄한 밤중에 자신들이 내습한 것을

 신라군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도강을 하기 위해 강 남쪽에 배를 대고 기다리던

 백제의 병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낭운화는 비로소 오른쪽 팔의 통증을 느꼈다.

 화살이었다.


 낭운화는 그 화살을 빼려다 말고 눈을 감고 말았다.

 손바닥만한 짧은 화살,

 그것은 분명 독화살이었다.


 주로 상대진지에 침투한 첩자들이

 적장을 죽일 때 사용하는 사정거리가

 일반 화살보다 몇 배나 긴 저격용 화살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


 "아아!"


 그렇다고 당장 화살을 뽑을 수는 없었다.

 만일 그 화살을 성급하게 뽑아낸다면

 화살에 묻은 독은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복면을 찢어 오른쪽 팔을 동여맸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그것이 얼마나 갈 것인가?


 그 화살을 맞고 죽은 병사들을 그는 여러 번 보았었다.

 하루가 못 가서 온몸이 부황들린 듯이 붓다가

 살갗이 퍼렇게 썩어들어 갈 것이다.


 낭운화는 다시 눈을 감았다.

 어머니의 얼굴도 노화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대장군 제신의 얼굴이 가슴 가득히 밀려왔다.

 그리고 늙은 대원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기수장, 제신에게 속았다. 빨리 도망 가!"

 "우리는 아군에게 속았다!"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이 절박한 순간에 그를 사지로 몬

 제신의 얼굴이 왜 떠오르는지는……


 그를 찾는 것을 포기했는지 언덕 아래쪽의 불을 든

 신라병들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으아아아!"

 "후우!"


 낭운화는 자신도 모르게 아래로 굴렀다.

 팔에서 느껴지는 통증도 통증이지만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덜덜덜.

 딱딱.


 옆에 누가 있으면 소리가 들릴 정도로

 물어쥔 이빨이 부딪치고 있었다.

 독이 온 몸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아!"


 다시 언덕 밑으로 내려왔을 때,

 낭운화는 잠시 의식을 놓고 있었다.


 도무지 떨려오는 몸을 가누느라

 다른 어떠한 것도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다 잠시 의식이 들면

 또 다시 제신의 날렵한 얼굴이 떠올랐다.


 왜 그는 나를 이곳에 보냈을까?

 나머지 동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틀림없이 모두 몰려든 신라병들에 의해 죽었을 것이다.

 낭운화는 고개를 내저었다.


 점점 온몸에 힘이 빠져 나갔다.

 하늘로 오르는 듯이 몸이 자꾸 허공으로 뜨고 있었다.


 부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화살이 꽂힌 팔뿐만이 아니라

 얼굴이며 다리가 천근만근의 무게로 짖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가야한다.

 혹 아까 타고 온 배가 아직 신라군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그리고 혹 14명의 결사대원 중에 살아있는 병사가 있다면?


 우선 그는 일차 집결지로 약속한 그 장소로 가야만 했다.

 있는 힘을 다해 일어서기는 했지만

 한치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분간조차 할 수 없었다.

 가물가물 눈을 바로 뜰 수가 없었다.

 

 그의 흐린 시야 때문이기도 하였다.

 낭운화는 몇 걸음을 걷다가 다시 고꾸라지고 말았다.


 ******

 ******


 "누구요?"

 "저...... 건너 강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강을 어떻게......?"

 "일단 들어갑시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오."


 어쩔 줄 모르는 사내.

 아마도 이렇게 어여쁜 아낙들을 처음 보는 모양.


 얼른 밖으로 나가는 사내.

 먹을 것을 챙겨온다.


 꽁꽁 언 주먹밥.

 미친듯 먹기 시작하는 분홍.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달래와 사내.  

 열 개 이상의 주먹밥을 깨끗이 먹어 치운 분홍.

 비로소 달래와 사내를 똑바로 본다.

 

 "후우, 감사합니다."

 "도대체?"

 "부끄럽습니다."

 "부끄럽긴요. 그런데 삼국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강을 어떻게?"

 "산을 넘었어요."

 "산을?"

 "언 강엔 군졸들이 있어서."

 "이 엄동설한에 저 산을 넘었다니 하여간 이제 안심하시오."


 달래와 분홍이 비로소 인사로 짧은 고갯짓.

 겨우 제정신을 차린 사내가 깨진 술잔을 쳐들고 흔들었다.


 "그러고 있지 말고 이리 와서 한 잔 하는 것이? 추위를 이기고 식은 몸을 보하는 데는 이것보다 좋은 것이 없소."

 "고맙수."


 역시 먼저 손을 내민 건 분홍.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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